답답하게 복잡하게 느슨하게  업무를 마치고

편안하게 통근버스를 탄다.

책커버가 쌓인 책을 들쳐편다.

욜린이를 배운후로는 책을 좀 멀리하는 경향이 강한듯하다.

퇴근할때만이라도 조금이라도 읽어보자고 한달째 보고 있는 책

얼마 안되어 집에 도착했다.

오늘도 조여사는 보이지 않는다.

같이 사는 가족인데 얼굴 보기 참 힘들다.

곧바로 작업복 입은 상태에서 밍키 새끼를 보려고 걷는다. 내얼굴은 생긋 미소가 짓어진다.

엇

그런데 한녀석이 보이질 않는다.

어디다 숨겨놓은건지.. 아무리 기웃거려도 안 보인다.

조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본다.

나무틈사이로 새끼 녀석을 짱박아뒀을거란다.

목을 쭉 빼고 이리뒤적 저리 뒤적 고개를 처들어본다.

찾았다.

오후내내 그럼 젓을 못 먹었을텐데 그래서 그런가 힘이 없다.

겨우 손에 쥐고 밍키에게 밀어 넣었다.

이제 눈을 떴다. 귀는 어떻고. 앙증 맞는 단어는 여기다가 붙여야 맛인 듯하다.

앵두 크기의 귀가 살짜쿵 붙어있다.

얼굴을 요리조리 살피니 이녀석 하품을 3번이나 연달아한다.

입을 벌려도 아주 이쁘다.

밍키는 새끼 어찌할까 나의 손에 레이저를 쏜다.

어여 손에서 내려놓고 집으로 들어간다.

밥솥에 밥이 없지만 밥을 해두지 않고 있다.

빨래부터 정리한다.

그리고 얼굴부터 씻고

엉망인 거실을 청소기로 밀었다.

하지만 내방은 또 밀지 않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연습할거라고 다짐했는데

실컷 티브녀석과 담소를 나누고

늦은 9시부터 간단하게 연습을 한다.

이제 16분음표 반의 반박이 나오기 시작했다.

점사분음표와 8분음표 연결이 쉽지 않았고 이제 조금 익숙해지려는데

이제 16분음표다. 반에 반박을 어찌 켜야하나. 아주 짧게 힘껏 빠르게 해야겠지만

또 힘들다.

이제 예습은 불가다.

좀 좌절하다가 앞에 배웠던것을 복습하기로 하고 열심히 켠다.

그렇게 못 들어줄 연주가 이제 많이 늘었다고

칭찬을 한다.

하지만 어깨가 으쓱하지 않다. 갈길을 멀고 아주 시노자키 1권도 떼지 못한 상태니..

무릎팍에 유홍준교수가 나온 모양이다.

어여 보고싶다. 어떤 귀한 말씀을 하셨을까

나는 또 로봇트처럼

아침에 일어나 출근한다.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다.